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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도, 꿩 그림, 화조도

소소한그날 2025. 5. 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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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도

꿩은 문헌기록 및 구비전승에도 자주 등장한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흰 꿩을 왕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여러 번 나타난다. 496년(소지마립간 18) 2월에 가야국에서 흰 꿩을 보내왔는데, 꼬리의 길이가 다섯 자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 753년(경덕왕 12) 무진주(武珍州)에서, 793년(원성왕 9) 나마(奈麻) 김뇌(金惱)가, 801년(애장왕 2) 우두주(牛頭州)에서, 810년(헌덕왕 2) 서원경(西原京)에서 흰 꿩을 바쳤다고 되어 있다.

필자미상 꿩도, 조선, 견,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화조도, 조선, 지,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흰 꿩을 왕에게 바쳤다는 것은 그것이 드물고 귀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삼국유사" 태종춘추공조(太宗春秋公條)에는 김춘추가 하루에 쌀 서 말의 밥과 꿩 아홉 마리를 먹었고, 백제를 멸한 뒤에는 하루에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꿩 열 마리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보아 꿩은 일찍부터 우리 민족이 식용으로 사냥했던 야생조류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꿩사냥과 관련된 속담이 많이 생겼다. 쉬운 일을 제쳐놓고 힘든 일을 하려고 할 때 ‘잡은 꿩 놓아주고 나는 꿩 잡자 한다.’고 하며, 과정은 어떻든 결과가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꿩 잡는 것이 매’라는 말을 쓴다. 또한 너무 한꺼번에 이익을 바라다가 오히려 소득이 별로 없을 때 ‘떼 꿩에 매 놓기’라고 한다. 이처럼 꿩사냥은 우리 민족의 생활의 일부였음을 알 수 있다.

꿩 잡는 행위 못지않게 꿩 먹는 행위와 관련된 속담도 많다. 아무 소식이 없을 때 ‘꿩 구워먹은 소식’이라 하고, 두 가지의 이익을 모두 취할 경우 ‘꿩 먹고 알 먹는다.’라고 하며, 자기가 쓰려고 했던 것이 없을 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치할 수도 있다는 말로 ‘꿩 대신 닭’이라고 한다. 또한 꿩은 순하면서도 약삭빠른 동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행동이 민첩한 사람을 ‘꿩의 병아리’라고 하며, 사교적으로 세련된 여자를 ‘서울까투리’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꿩의 약삭빠른 행동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의미로 쓰이는 속담도 있다. ‘봄 꿩이 스스로 운다[春雉自鳴].’라는 말은 제 허물을 제 자신이 드러낼 때 쓰이는 말이고, ‘꿩은 머리만 풀 속에 감춘다.’는 속담은 당황하여 일을 그르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전 채용신필 화조병풍, 조선, 지,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 작가의 병풍그림이 너무 멋진 작품이라 전체를 다 올려본다.

전 채용신필 화조병풍, 조선, 지,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최북필 설산조치도, 조선, 종이, 작가 최북,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꿩에 대한 속신도 많다. 임신 중에 꿩고기를 먹으면 아이가 단명(短命)하고 피풍(皮風)이 생긴다고 하며, 꿩이 몹시 울면 지진이 일어난다고 한다. 반면 길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정원에 꿩이 날아들면 재수가 있다고 하고, 보리밭에서 꿩알을 주우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꿩에 관련된 설화도 많이 있다. 함경북도 경성(鏡城)에는 김경서(金景瑞)가 눈 위에 나타난 꿩의 발자국을 따라 쌓았다는 치성(雉城)이라는 성이 있다. 죽게 된 꿩을 살려주고 꿩의 보답으로 생명을 구하거나 과거에 급제하고 부자가 되었다는 꿩의 보은담도 많이 있다. 어느 여인이 사냥꾼에게 쫓기는 꿩을 구해 주었는데 후일 그 꿩이 여인에게 좋은 묘 터를 일러주어 그 후손이 잘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그 후손들은 꿩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뱀에게 죽게 된 꿩을 살려준 한 사람이 이번에는 뱀에게 죽게 되었을 때 꿩이 머리로 종을 쳐서 그 사람을 구출하였다는 이야기도 널리 전승된다. 이러한 설화에 나타나는 꿩은 은혜를 알고 갚을 줄 아는 의리 있는 동물이다. 꿩을 주인공으로 한 문학작품으로 "장끼전"이 있다. 겨울철에 장끼 · 까투리 부부가 아홉 아들, 열두 딸을 데리고 먹을 것을 찾아 나갔다가 장끼가 덫에 걸려 죽고, 까투리는 장끼의 장례를 치르고 다른 장끼의 구혼을 받아 개가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판소리로 불려 널리 알려졌으며, 이 같은 내용이 민요로 되어 "꿩타령", "까투리타령" 등이 구전된다.

그 밖에 민요에도 꿩노래가 많이 있는데, 호남 일대에서 전승되는 동요에 “꿩꿩 장서방 뭐 먹고 산가/아들 낳고 딸 낳고 뭐 먹고 산가/아들네 집서 콩 한 섬 딸네 집서 팥 한 섬/그작 저작 사네.”와 같은 것이 있다. 이 밖에도 꿩은 꼭두각시극에 등장하며, 평안감사 꿩사냥거리 등 문학의 다양한 소재가 되고 있다. 이처럼 꿩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과는 매우 친근한 동물로서 인식되었고, 설화 · 소설 · 판소리 · 연극 등의 주역으로도 등장하였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뮤지엄(전국박물관소장품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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