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도 (十長生圖)
불로장생을 기원하며 이를 상징하는 상징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아래 10첩 병풍(창덕6446)은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소재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복잡하고 산만해 보일 수도 있는 화면을 조화롭고 통일감 있게 구성해 낸 궁중화원들의 뛰어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진하고 화려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색채를 사용하여 왕실 회화다운 호화로움과 격조를 갖추었고, 왕실 가족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궁중 행사 때 왕비나 왕세자의 자리 뒤쪽에 설치하였으며 왕실 혼례나 회갑연 등 경사스러운 잔치에도 사용하였다.
그림에 나타난 장생물(長生物)의 숫자가 유동적이어서 그냥 장생도라고도 부른다. 또 대상 중 한 가지만을 강조하여 그리는 경우에는 군학십장생도(群鶴十長生圖), 군록십장생도(群鹿十長生圖), 일월반도도(日月蟠桃圖) 등의 명칭이 붙게 된다.
십장생으로는 보통 해 · 구름 · 산 · 물 · 바위 · 학 · 사슴 · 거북 · 소나무 · 불로초를 꼽지만 그림 속에는 대나무와 천도(天桃)가 많이 다루어져 열 가지가 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 장생물은 한국인의 토속 자연물 숭배 사상을 기반으로 중국의 신선사상(神仙思想)을 수용하여 이루어졌다. 즉, 천신(天神) · 일월신(日月神) · 산악신(山岳神) 등의 무속 신앙이 바탕이 되어 여기에 학 · 불로초 · 천도복숭아 · 대나무 등으로 대표되는 신선 사상이 결합되어 성립한 것으로 여겨진다.
표현 대상은 학 · 사슴 등이 놀고 있는 선경(仙境)의 모습으로 환상적인 분위기 묘사에 중점을 둔다. 산 · 바위 · 소나무 · 구름 · 바다 등으로 주요 배경을 구성하고, 거기에 알맞게 학 · 사슴 · 거북 등을 배치한다. 천도복숭아 나무가 강조되기도 하고 불로초는 버섯 모양으로 표현된다.
보통 오른편에서 그림이 시작되어 중심에 사슴이나 학들을 배치하고, 왼편에는 바다와 거북을 그린다. 색채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려 상상 속의 선계(仙界)를 형상화시켰다.
특히 산 · 바위의 묘사에 화원풍(畫員風)의 청록산수화법(靑綠山水畵法)이 즐겨 사용된다. 따라서 민화 중 특히 채색의 효과가 탁월한 작품들이 이 부류에 많다.
십장생도의 시원 양식(始源樣式)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고려 말 이색(李穡)의 글에 이 그림에 대하여 자세한 언급이 있다. 현존하는 것은 대개 조선 후기 이후에 그려진 것이다.
그중에 도식적인 묘사법과 채색을 한 작품이 이른 시기의 것으로 보여 구도나 채색이 뛰어나고 화원풍의 그림들이 많다. 대상의 표현이나 채색이 자유롭고 장식성이 강조된 작품들은 늦은 시기에 유행한다.
대부분 8∼10폭으로 연결된 병풍 그림이며, 간혹 두세 개의 장생물로 각 폭을 구성한 것도 남아 있는데, 따로 서너 가지를 모아서 송학도(松鶴圖) · 해구도(海龜圖) · 송록도(松鹿圖) 등의 별개 그림이 제작되기도 했다.
정초에 왕이 중신들에게 장생도를 새해 선물로 내렸다 하는 기록에 의하여 십장생도는 주로 상류 계층의 세화(歲畫)와 축수용(祝壽用) 그림으로 사용되었고, 궁중연회도(宮中宴會圖)에 보이는 바와 같이 왕비 자리의 뒤편을 장식하고 있다. 이 밖에 회갑이나 은혼식 때 제작, 사용되었다.
십장생도는 회화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도자기 · 나전 공예품 · 목 공예품 · 자수품 · 벼루 및 건물 · 벽의 장식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예는 경복궁 아미산(娥嵋山)에 있는 굴뚝으로서, 부조(浮彫)된 장생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현존 작품들 가운데에는 상류 계층에서 사용되었던 화원풍의 작품들이 다수 남아 있으며, 순수 민화풍의 작품도 많은 편이다.
다음에는 한 가지만 강조하거나, 두세 가지만 따로 그린 장생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천도(天桃) : 선가(仙家)에서, 하늘 나라에서 난다고 하는 복숭아.
선경(仙境) : 신선이 산다는 곳
선계(仙界) : 신선이 산다는 곳
이색(李穡) : 고려후기 대사성, 정당문학, 판삼사사 등을 역임한 관리. 문신, 학자.
세화(歲畫) : 조선 시대에, 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대궐 안에서 만들어 임금이 신하에게 내려 주던 그림. 선동(仙童)이 불로초를 짊어진 모습이나 태상 노군을 그렸다.
부조(浮彫) : 조각에서, 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 따위를 도드라지게 새기는 일
내용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encykorea.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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