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화(花鳥畵),화조도(花鳥圖)
화조도는 본래 감상화에서 출발하였으나 꽃과 새들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장식화로 발전시켜 신혼부부의 방이나 부인들의 방을 장식하는데 주로 이용되었다. 꽃, 나무, 풀, 새, 괴석 등으로 구성되는 화조도는 부부금술의 대표적 상징인 원앙을 비롯한 각종 새와 동물은 항상 쌍으로 표현하고, 나비는 꽃과 함께 쌍을 이루기도 한다. 이 병풍은 세련된 도안과 화려하면서도 차분한 색상이 돋보여 궁중의 권위나 사대부집안의 문인취향까지 느낄 수 있는 수작이다.
꽃·나무·새 등을 그린 그림. 지본채색(紙本彩色). 8폭 병풍(세로 149, 가로 448). 각 화면에는 소나무와 학 2마리, 꽃과 꿩·오리, 모란과 새, 국화와 새, 연꽃과 원앙, 매화와 새, 모란과 새, 오동나무와 봉황 등이 차례로 그려져 있음. 색채는 주로 진분홍색·녹색·파란색 등을 사용하여 표현함. 뒷면에는 6폭에 걸쳐 산수도(山水圖)가 배접되어 있음.
꽃·나무·새 등을 어우러지게 그린 6폭 병풍(세로 139, 가로 293). 지본채색(紙本彩色). 나비·사슴·여러 종류의 새들과 매화·모란·패랭이·연꽃·소나무 등의 꽃나무들을 함께 그려 놓음. 각 폭의 왼쪽 상단에는 화제(花題)가 묵서되어 있음. 병풍 뒷면에는 추사 김정희의 4폭의 글귀(2행 14자씩)가 인쇄되어 있음.
화조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 전통회화 분류에서 산수화와 인물화에 이어 제3의 영역이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꽃과 새를 그린 그림’으로 여러 화목花木에 깃든 각종 새들을 함께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는 조류인 날짐승[飛禽]만이 아닌 길짐승[走禽]과 나아가 수족인 어해魚蟹나 화훼초충花卉草蟲까지 포함된다. 산수와 인물을 제외한 하늘을 나는 새와 뭍의 가축을 비롯한 맹금猛禽 등 야생 길짐승과 물고기로 대변되는 물속의 다양한 어족魚族, 그리고 각종 식물 등이 등장한 그림 전체를 칭한다. 이들 동식물이 지니는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각각의 좋은 상징성으로 선사 시대부터 오랜 세월 줄기차게 그려졌다.
구석기시대 그림의 대명사가 된 유럽의 알타미라나 라스코 동굴벽화가 그러하듯 1971년 세밑에 발견되어 우리나라 회화사의 첫 머리를 하는 <반구대암각화盤龜臺岩刻畵>(국보 제285호) 또한 시차는 있으나 같은 성격의 선사미술로 내용 면에서 상통한다. 200점 가까운 동물상 가운데 조류는 3점에 불과하나 고래·거북·상어·물개·물고기 등과 같은 바다동물과 호랑이·표범·멧돼지·사슴·노루·고라니·산토끼 등과 같은 뭍 동물이 엇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대전에서 출토된것으로 전하는 양면에 농사 장면이 새겨진 <농경문청동기>(기원전 4~3세기, 보물 제1823호)의 한 면에는 매로 추정되기도 하는 한 쌍의 새가 나뭇가지에 깃들여 있다.
화조화는 조선 후기 화단에서 예리한 관찰과 사생력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경향을 보이며 크게 발전한다. 윤두서尹斗緖, 1668~1715·윤덕희尹德熙, 1685~1766 부자의 활동이 빛나며 특히 직업화가의 활동이 괄목된다. 화원들이 궁중장식화로 채색화조를 제작한 예로 신한평의 <화조도>와 김홍도金弘道의 일련의 그림들이 있고, 또한 사생에 의한 사실감이 두드러진 어엿한 한우가 등장한 그림과 개 그림에 뛰어났던 김두량金斗樑, 1696~1763과 김덕하金德夏, 1722~1772 부자, 초상화의 대가로 ‘변고양卞古羊’혹은 ‘변계卞鷄’라 불리며 <국정추묘菊庭秋猫>나 <어미닭과 병아리[鷄子圖]>와 같은 고양이와 닭 그림 수작을 남긴 변상벽卞相璧이 있으며, 남종문인화의 국풍화에 크게 기여한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은 매화나 단풍 물든 가을 나무에 등장한 <딱따구리>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의 화조를 남겨 큰 명성을 얻었다.
바닷가 붉은 태양과 함께 넘실대는 파도 위 바위 위에서 천하를 굽어보는 듯 제왕의 위엄 있는 자세를 취한 일정 유형의 <욱일호응旭日豪鷹>으로 지칭되기도 하는 매 그림을 남긴 정홍래鄭弘來, 수수와 짝을 이루기도 하는 메추라기를 즐겨 그려 ‘최 메추라기[崔鶉]’라는 별명을 얻은 최북崔北, <송하맹호松下猛虎>의 예처럼 늠름함과 당당함이 돋보이는 정형화된 조선 호랑이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김홍도, 어해도의 장한종張漢宗, 1768~1815, 나비에 뛰어나 ‘남 나비’란 별명을 얻은 19세기 말까지 활동한 문인화가 남계우南啓宇, 1811~1890 등 한 가지 소재로 이름을 얻은 직업화가들이 다수 등장한다.
김홍도가 52세 때인 1796년 그린 『병진년화첩』(보물 제782호)은 산수와 영모가 각기 10점씩 20점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한 폭인 <봄 까치>는 진경산수와 풍속화처럼 친숙한 우리 산천의 한 자락을 배경으로 깃든 새를 시적 정취가 짙은 서정으로 전개했다. 이를 따라 배경 산수를 제대로 갖춰 그 안에 여러 새들을 등장시킨 예는 흔하진 않으나 김득신이 남긴 영모 대련이나, 많은 수량은 아니나 <소나무의 매>나 신윤복제작의 새그림들도 간과할 수 없다.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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