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견사호(鷄犬獅虎) 2탄, 개
개,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의 영특함
현실 속의 개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생사고락(生死苦樂) 을 함께하면서 때로는 위대한 존재로 자리를 잡았고, 거기에 신 령스러운 능력까지 더해져 점점 상상의 동물로 발전했다. 옛사람 들은 개가 액(厄)을 막고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해 주 는 길잡이라고 생각했다. 세시풍속에서도 개를 벽사의 능력이 있는 영수(靈獸)로 여겨 매년 정초에 대문에 개 그림을 그려 붙여 귀신이나 도둑을 막고자 하였다. 일반적인 벽사용 개 그림은 전형적인 한국 토종개의 모습에 목에는 검은 방울을 달고 있는 세눈박이 또는 네눈박이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삼목구(三目狗)와 유사하게 쓰이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삼족구 (三足狗)가 있다. 삼족구는 둔갑한 여우를 알아보고 죽일 수 있다는 신성한 상상 속 동물이다. 삼족오, 삼목구, 삼족구와 같이 우리문화에서 이처럼 삼(三)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 성을 상징하는 ‘1’과 여성을 상징하는 ‘2’가 합해지면 ‘3’이 되는 데, 이를 두고 ‘3’이라는 숫자를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완전한 수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삼목구와 삼족구 등을 탄생시켜 우리에게 신성함을 강조했던 것이다.
전 세계 300여 종의 개 가운데는 방범 ·사냥·운반·애완 등 특수 한 역할을 하는 유명한 개들이 있다. 이 중 귀신 쫓는 개로 알려 진 삽살개는 ‘신선 개’, ‘귀신 잡는 개’, ‘삽사리’, ‘하늘 개’로도 불 렸는데, 이 개 근처에는 귀신이 얼씬도 못 한다고 믿어 왔다. 우 리말의 ‘삽’은 없앤다 또는 쫓는다는 의미이고 ‘살(煞)’은 귀신 또는 액운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개에 비해 작고 야무진 체구와 온몸의 털 때문에 눈, 코, 귀도 구별이 되지 않는 삽살개는 얼핏 보면 어수룩해 보인다. 그러나 삽살개는 어떤 개보다 영리하고 영특하며, 멀리서 얼씬거리는 귀신의 소리와 움직임을 볼 수 있을 만큼 예민한 청각과 후각을 가지고 있다.
삼목구 외에도 민화 속에는 흰 개가 많이 등장하는데 종교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속신 화인 본풀이에서 이승과 저승, 저승과 이승의 안내는 흰 강아지가 한다고 믿었다. 그 때문인지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개 그림이 나타나고 신라 무덤 속에서도 흙으로 만든 개 형상이 많이 발굴 된다. 개는 후각이나 시각이 인간보다 훨씬 발달하여 한번 갔던 길은 절대 잃지 않고 찾아가기 때문에, 영혼들이 멀고 먼 저승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국가유산진흥원 koreahouse.or.kr
'민화, 서화에 대한 모든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화 속 계견사호(호랑이) (0) | 2024.08.23 |
---|---|
민화 속 계견사호(해태) (0) | 2024.08.19 |
민화 속 계견사호(닭) (0) | 2024.08.09 |
민화 속 평생도 - 백동자도 (0) | 2024.07.11 |
민화 속 평생도 - 담와 평생도 (1) | 2024.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