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의 사자인 백호를 달래듯 차분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색깔의 산신세계를 잘 알고 있는 금어스님의 작품이다.
멀리 삼신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폭포는 삼단으로 굽어져 흘러내렸고 크고 무성한 고송 아래 여백을 크게 두어 영지를 손에 쥔 산신령이 반가부좌 한 채 다소곳이 앉아 있다. 유난히 넓은 이마에 강렬한 눈썹과 정면을 응시한 눈빛, 검고 긴 장수의 수염이 당찬 힘을 발휘하실 것 같다.
붉은 도포 자락 가운데 가슴 부분의 청색 비단에 새겨진 국화가 선명하며 추켜세운 다리 위쪽에는 흰 비단옷이 보인다.
호랑이와 산삼의 앞 쪽 공간을 깨끗하게 비워 둠으로써 무한한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신세계를 상상할 수 있도록 처리된 이 그림은 산신도 가운데 수작으로 꼽힌다.
금어스님에 대해 알려면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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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에 모셔진 산신도가 조선시대 후기 전통산신도인데 비하여 무속인들이나 개인 소유 기원터에 모셔진 산신도의 차이는 크다. 전통산신도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산신의 얼굴을 꿈속에서 현몽한 얼굴로 주문 조성하는 경우가 있는 그림들이 존재한다.
신선의 고고함을 나타내는 신령스런 산신령에서, 20세기가 되면 어려운 세상의 믿음을 갈구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 나타나게 됨으로써 신령 역시 부부를 모시면 기원하는 많은 복이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믿어 부부산신도가 탄생된다. 산이나 터를 지키는 주인격인 전설의 한 예로 산신령이 가끔씩 둘이 되어 쌍호랑이나 쌍산신령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화면에 세 사람이 그려졌는데 두 분 산신령과 산신마누라를 그렸을 것으로 판단된다. 세 사람 사이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민 흑호랑이와 치포관을 쓰고 긴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산신의 전형을 나타내고 있어 무속인이 경영하는 굿당과 같은 장소의 산신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백발의 수염이 자연스럽게 늘어진 신선형 산신할아버지의 얼굴이 평화롭다. 뒷머리에서 묶어 내린 긴 복건이 어깨를 덮었고 적색도포에는 퇴색된 금박문양의 선이 남아 있어 고급스런 산신도였음을 알 수 있고 도포자락 안쪽에 흰 바지가 신발을 덮을 정도로 흘러내렸다.
반가부좌한 산신의 오른손에는 사슴의 뿔이 들려 있고 왼손은 산신의 시자인 동자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자세다. 산신이 사슴의 뿔을 부채처럼 들고 있는 것은 십장생의 하나인 사슴의 뿔이 장수의 상징이기 때문이며, 산신도의 배경이나 지물들이 상당부분 무병장수의 기원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자가 들고 있는 지팡이 끝에 매달린 장식물들 또한 도끼, 천도 복숭아꽃, 불로초를 엮어 들고 있는데 모두가 다산 장수의 상징물 이다.
순하디 순한 호랑이 얼굴 역시 산신의 지시사항을 잘 알았다는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려 산신도의 전체 구성이나 이야기가 흐르는 수준 높은 산신도로 평가된다.
무속(巫俗)에서 모시는 신상(神像)을 표현한 그림이다. 지본채색(紙本彩色). 벽걸이형. 소나무 아래 용머리지팡이와 산삼을 들고 서 있는 산신과 호랑이, 그리고 과일을 들고 있는 동자 2명이 그려졌다. 그림의 테두리는 푸른색으로 둘러져 칠해지고 테두리 바깥에는 붉은색 천이 덧대어 둘러져 있다. 뒷면에 걸이용 노끈 2개가 달려 있고, 한지로 배접되어 있으며, 뒷면에 '산신'이 묵서된 종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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